니힐리즘이란 우리의 삶과 세계는 어떠한 가치도 의미도 없고 무게도 없으며
오직 공허한 무(無)만이 있을 뿐이라는 생각 또는 느낌이다.4) 니체는 니힐리
즘이야말로 다가올 2세기 동안 유럽 문화가 직면하게 될 최대의 위협이라고
보았다. 사람들은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공허한 무를 직시하면서도 그것에 대
해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오직 도피하고자 할 뿐이다. 니힐리즘과 과감하
게 대결하지 않고 도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니힐리즘은 오히려 우리를 더 강력
하게 죄어 온다는 사실을 현대인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니체는 서양의 근대 문명이 인간과 대지, 문명과 자연의 관계에서 생명이 창
발하는생명의 문명으로 전개되지 못하고, 주체와 대상, 자아와 타자, 인간
과 자연 등 인식론적, 이분법적인 구분법과 기계론적 자연관, 이성중심주의, 인
간중심주의의 사유 위에서 결국 인간이 자연을 대상화하고 착취하는 기계론적
인죽음의 문명으로 치닫고 있다고 봄으로써 서양 문명의 전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6) 니체의신의 죽음이후 발생한 서양 근대의 허무주의는, 현대에
이르러서 인간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를 때가 많으며 그 결과로 사람
들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거나(체제순응주의), 다른 사람들이 자신
에게 기대하는 것을 한다(전체주의)7) 즉, 신에 대한 믿음이 상실함으로써 니힐
리즘이 발생했다면 현대에서는 자신에 대한 믿음, 즉 삶의 의미와 목적을 상실
함으로써실존적 공허(existential vacuum)혹은목적 상실감(purposelessness을 체험한다.
20세기 초엽만 하더라도 불행의 조건은 프로이트(Freud)가 잘 말한 것처럼
인간의 본능적ㆍ성적 측면과 이들로 인한 사회적인 금지 사이에 발생하는 갈
등을 원인으로 보았다. 또한 1920년 랑크(Rank)는 당시의 인간의 불행 조건은
열등감, 부적응감, 그리고 죄악감이라 말했다.9) 그러나 20세기 중엽에 들어 메
이(Rollo May)는 불행의 조건을 텅 빈 느낌, 즉 공허감에 있다고 말한다.
즉 현대인은 산업문명의 중독에서 메커니즘의 노예가 되어 인간상실과 자아상
실감의 이중적 고통으로 견딜 수 없는 고독과 원인모를 불안과 무엇인가 잃어
버린 것만 같은 공허감, 그리고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쫒기고 있는 삶 속에서
마음의 안정과 정신의 고향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배타주
의적(排他主義) 경쟁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에서 낙오된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
외감(alienation)과 고독(isolation)과 같은 열등감으로 인해 불안, 초조, 좌절의
늪에 빠지게 되고, 그것이 곧 현대인의 정신병리 중 가장 주된 원인이 되며,
현대사회는 그 어떤 시대보다도 이러한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고독
감, 두려움, 열등감, 불안감, 애정결핍, 좌절감 등의 요인이 만연되어 있어, 정
신분열과 우울증 등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으며, 그 결과 현대사회에서 정신
질환은 더 이상 희귀병이 아니라 지극히 보편적이고 만연화되어 있는 개인병
리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혹자는 현대사회를광기의 시
대속에집단신경증환자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로서 이러한 사회에서 살
아가는 현대인을정신적인 곱추가 돼버린 현대인으로 진단하기도 한다.